월요시네마 Monday Cinema

월요 시네마 9 영화 '룸 넥스트 도어' 맹수진 평론가

피프레시 11월 월요시네마 <룸 넥스트 도어>에 관하여

https://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177

 

1125일 맹수진 영화평론가 발제, 20여 명 열띤 토론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국제영화비평가 세미나 열어

국제영화비평가연맹(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la Presse Cinématographique. 이하 FIPRESCI/피프레시) 한국지부는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 오후 8~10, (Zoom)으로 월요 시네마 세미나를 열고 있다. 지난 826일 이명희 영화평론가(피프레시 전 회장)가 트란 안 홍 감독의 <프렌치 수프>(2023)에 대해 발제한 뒤 참가자들이 총 2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여섯 번째 줌 세미나에는 20여 명이 참여했다. 피프레시는 1930년 전 세계의 전문영화비평가와, 영화기자, 각국의 영화 단체들이 영화문화의 발전을 위해 결성한 단체로, 한국지부는 1994년 창립됐다.

 

'룸 넥스트 도어' 포스터.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룸 넥스트 도어' 포스터.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사회자- 월요 시네마. 오늘 사회를 맡은 저는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장 심영섭입니다. 오늘은 맹수진 영화평론가를 모시고 <룸 넥스트 도어>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겠습니다. 맹수진 선생님은 전주국제영화제, DMZ 국제다큐영화제, EBS 국제다큐 영화제, 서울환경영화제, 제천국제영화제 등 여러 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셨습니다.

 

발제자- 안녕하세요. 맹수진입니다.<룸 넥스트 도어>는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최근 작이죠.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고 베니스영화제 사상 가장 긴 기립박수라는데, 18분의 기립 박수를 받은 작품으로 한국에서는 10월에 개봉했습니다.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먼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에 대해서 간략히 이야기하겠습니다. 그는 현대 스페인 영화의 메신저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우상 파괴적인 영화를 만들었고 가톨릭 교회의 권위, 가족의 가치, 성적인 규범 등 전통적인 가치들을 통렬하게 풍자, 조롱, 비판해온 감독입니다. 모순 형용이지만 마드리드를 배경으로 초현실주의적인 네오리얼리즘 영화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그만큼 매우 이질적인 요소들이 뒤섞여있는 영화들을 만들었습니다. 초기에는 치기, 분노, 도발, 냉소가 뒤죽박죽 뒤섞인 파편화된 영화들을 많이 만들었지만 후기로 갈수록 같은 소재와 테마를 다루더라도 인물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더 따뜻해지고 삶에 대한 성찰의 깊이가 심화되어 왔다고 말씀 드릴 수 있겠습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일어난 라모비다(la movida) 문화의 영향을 깊이 받았습니다. 라모비다는 프랑코 통치 기간 억눌려온 스페인의 답답한 문화적 분위기를 깨면서 80년대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펼쳐진 문화 운동인데 전위적이고 포스트모던한 스타일의 문화적 실천이었습니다. 알모도바르는 라모비다 문화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을 뿐 아니라 그 자신이 라모디바 영화의 대표자가 되었습니다. 가장 힙하고 포스트 모던한 당시 문화적 분위기를 자기 영화 속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알모도바르를 현대 스페인 영화의 메신저라고 말하는건 타당합니다.

 

'룸 넥스트 도어' 비하인드 스틸컷.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룸 넥스트 도어' 비하인드 스틸컷.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나쁜 교육’(2004)은 알모도바르 후기에 속하는 영화이지만 라모비다 문화에서 유행한 전위 만화나 그래피티적 요소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지요. 그의 영화 세계는 후기로 갈수록 서사가 심화되고 시선이 깊어지지만 알모도바르 고유의 스타일과 색채, 미적인 감성 만큼은 변함 없이 지속됩니다. 무엇보다 그는 카톨릭의 권위를 조롱하고 비판합니다. 그의 많은 영화들에서 사제, 교회는 굉장히 억압적인 존재로 등장하죠.

 

예를 들어 나쁜 교육에서 어린 시절 교회 신부에게 성적으로 착취당했던 소년이 트랜스젠더가 되어 신부를 찾아와 협박을 할 때, 신부는 사람들은 당신이 아니라 내 말을 믿을 거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그는 지금은 1977년이예요라고 말하지요. 1977년이라는 시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스페인 내전을 유발한 독재자 프랑코가 1975년에 죽거든요. 프랑코 체제에서 억압적이던 사회는 그가 사망하면서 자유의 물결로 꿈틀거리기 시작합니다. 1977년은 바로 그러한 변화가 시작되던 시기인 것입니다. 돈키호테의 배경인 라만차 출신의 알모도바르는 수도원에서 엄격한 카톨릭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했습니다. 성가대 활동도 했습니다. <나쁜 교육>에 나오는 어린 주인공이 성가대로 등장하는 것은 그의 자전적 경험이 투영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그는 10대 때부터 헐리우드 영화를 비롯해서 수많은 영화를 봤던 시네필이기도 했습니다. 리처드 브룩스 감독의 < 뜨거운 양철지붕의 고양이>를 통해 죄의식, 성적인 의식을 깨달았다고 하는 알모도바르 감독은 빌리 와일더, 더글라스 서크, 알프레드 히치콕 같은 헐리우드의 거장 감독로부터도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룸 넥스트도어>에는 더글라스 서크의 멜로드라마적 장치와 빌리 와일드적인 블랙코미디의 유머가 있고 <내가 사는 피부>같은 영화에는 히치콕적인 서스펜스가 느껴집니다. 다시 말하면 그는 헐리우드 장르 영화에 심취한 감독이었던 것입니다. 다양한 장르 영화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뿐 아니라 스페인의 대표 감독인 루이스 부뉴엘로부터도 짙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프랑코 독재 체제가 가장 암흑기이던 1969년에 16살의 알모도바르는 마드리드로 갑니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프랑코가 사망하는 75년까지 스페인은 한국 영화의 암흑기인 유신 시대와 비슷한 시기였습니다. 마드리드의 영화 학교들은 폐쇄되었고 영화에 대한 억압과 검열 때문에 아예 영화를 만들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 이후, 프랑코가 죽은 이후 스페인의 민주주의가 진전되면서 알모도바르는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영화를 만들게 됩니다.

 

'룸 넥스트 도어' 비하인드 스틸컷.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룸 넥스트 도어' 비하인드 스틸컷.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1936년부터 39년 사이에 벌어진 스페인 내전은 좌파 공화주의자 또는 사회주의자들 vs. 우파 민족주의자들의 대립이었습니다. 전세계의 지식인들이 스페인 내전에 참여해 싸웠지만 최종 승자는 프랑코였고 이후 스페인은 오랜 독재 체제에 접어듭니다. 공화파들의 입장에서 보면 스페인 내전은 독재에 맞선 민주주의자들의 싸움이었지만 프랑코는 이 내전을 무신론 공산주의자들에 맞선 로마 카톨릭 국가 스페인을 수호하기 위한 싸움이었다고 규정합니다. 그런 이유로 프랑코는 로마 카톨릭 교회와 스페인 교회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습니다. 프랑코 시대, 카톨릭을 중심으로 한 스페인 통합 이데올로기의 중심은 마드리드였습니다.

 

반면 바르셀로나, 바스크 등은 분리, 독립을 추구했던 이방인들의 지역이었습니다.흥미로운 것은, 알모도바르의 영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프랑코 시대에 정립된 스페인 문화의 아이콘들, 이를테면 붉고 강렬한 태양, 플라멩고, 세비야나 등은 사실은 마드리드, 카톨릭을 중심으로 한 스페인 주류 문화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이러한 문화는 북서부의 바스크, 북동부의 카스튜나, 바르셀로나, 대표적으로는 안달루시아에 속한 문화였습니다.

 

이질적인 문화를 스페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굉장한 아이러니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마드리드 언더그라운드 문화에서 꽃 피운 알모도바르의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노래들, 민요들의 출처가 비 마드리드 지역의 것들이라는 것이요. 영화 <귀향>에서 페넬로페 크루즈가 부르는 노래 역시 어렸을 때 할머니가 들려줬던 노래, 그러나 할머니를 부정하면서 더이상 부르지 않았던 노래인데, 이 역시 이런 전통 민요의 계보에 속합니다.

 

'룸 넥스트 도어' 비하인드 스틸컷.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룸 넥스트 도어' 비하인드 스틸컷.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라모비다,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프랑코 시대의 억압에서 탈출하려는 욕망이 분출하던 마드리드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세례를 받았지만, 마드리드로 대표되는 질서와 가치, 규범들을 가장 전복적으로 파괴했던 사람이었고 이를 위해 그는 주변부의 이질적인 문화들을 자신의 영화에 매우 중요한 요소로 끌어들인 것입니다. 그래서 알모도바르의 영화에서 마드리드는 굉장히 불쾌하고 권위적이며 자식들, 아들과 딸들이 끊임없이 벗어나 어디론가 도망을 치고 싶어하는 장소로 묘사됩니다.

 

그의 영화에는 아버지가 부재하거나 훼손당하거나 또는 성전환하는 모습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렇게 아버지의 권위를 상실하고 거세되거나 기존의 아버지의 권위를 거부하는 이들은 모두 마드리드를 떠납니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에서 성 전환한 남편이 바르셀로나로 떠난 뒤 마누엘라 역시 남편을 찾아서 바르셀로나로 떠납니다. <귀향>에서는 반대로 딸 라이문다가 엄마와 가족, 고향을 부정하고 마드리드로 떠났다가 결국은 고향이 자신의 거처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입니다. 영화 제목 귀향은 그런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알모도바르의 영화는 개인적이고 성찰적이면서 좀 더 따뜻한 영화로 변화합니다. 일반적으로 알모도바르 영화에 등장하는 아버지들은 버림받고 훼손되고 거세되고 살해되거나 사라지는 인물, 혹은 여성화되거나 폭력적인 인물들입니다. 정상적인 아버지의 부재. 이런 남성 캐릭터가 반복되는 것입니다. 이런 아버지의 폭력, 무능, 부재를 채우고 온 힘을 다해서 자식들을 키우는 것은 바로 여성들입니다.

 

'룸 넥스트 도어' 비하인드 스틸컷.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룸 넥스트 도어' 비하인드 스틸컷. 사진 제공=워너브러더스코리아

 

<귀향>에서 자식들은 자신의 아버지들로부터 강간을 당합니다. 이 영화는 로만 폴로스키 감독의 <차이나 타운>을 알모도바르적으로 재해석한 영화라 할 수 있는데, 페놀로 크루즈가 연기하는 라이문다의 딸 파울라는 사실은 그녀의 딸인 동시에 여동생입니다. 그런데 이 딸이 또 의붓 아버지로부터 강간을 당할 뻔하고 결국은 자기 아버지를 죽이게 됩니다. 라이문다는 딸이 벌인 행동을 자기가 한 것처럼 꾸미죠. 왜냐하면 과거에 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당했을 때 엄마가 자기를 지켜주지 않고 모른 척했던 것 때문에 상처받았고 그 때문에 고향을 등지고 마드리드로 갔던 것이니까요.그러나 외면했던 엄마 장례식 참석을 위해 고향에 돌아와 몰랐던 과거의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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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심영섭

등록일2025-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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