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비평 Film Critic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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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전주 세미나) 영화에 나타난 기독교적 기적의 의미와 시뮬라크르 - 황영미 / 토론자 : 조헤정

영화에 나타난 기독교적 기적의 의미와 시뮬라크르

 

황영미(피프레시 국내이사, 숙명여대 교수)

 

 

1. 머리말

 

종교에 관한 글은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야기할 수 있고 특히 기독교에서 신비한 일로 드러나는 신성불가침적 기적이라는 문제를 다루는 일은 용기가 필요하다. 기독교인인 필자는 기적이라는 현상에 관해 많은 관심이 있으면서도 이 글에 대한 오해의 소지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하다. 이에 개인적인 소견이라기보다는 영화에 나타나는 현상만을 가지고 분석하고자 한다. 기독교의 기적에 관한 영화는 그동안 많았지만, 이 글에서는 최근 1,2년 사이에 상영된 영화로 한정하여 접근하고자 한다. 대상 영화는 <루르드>(2009, 한국개봉 2011), <성녀 마리아와 곱트 교회와 나>(2012, 한국 미개봉)<신과 인간>(2010, 한국개봉 2012) 등이다. <성녀 마리아와 곱트 교회와 나 (the Virgin, the Copts and me)>2012년 제 62회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된 영화다. 위의 영화 속 인물들은 기적에 대한 다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를 통해 종교의 본질에 관한 질문이 이루어질 수 있기에 이 주제를 탐구하고자 한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신앙의 성숙도에 따라 교회에 적을 두고 있기만 한 교인, 체험적으로 믿는 신자, 진정한 신앙인의 자세를 보여주는 제자의 세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즉 신자는 일반 교인에서 한 단계 성숙하여 믿음의 확신을 가지게 된 사람이다. 그러나 제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진리를 실천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며 진리를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부류인 것이다. 위의 세 영화는 이 세 부류의 기적에 관한 인식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선 <루르드>에는 기적의 의미가 진정으로 무엇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나에게 기적이 와야 의미가 있다는 기복신앙적 태도를 보이는 인물들과 기적을 바라면서도 막상 기적이 내게 이루어졌을 때조차 기적의 종교적 의미를 해석할 능력이 없는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어 교회에 나가면서 교적만 두고 있을 뿐 체험적으로 진정한 신앙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기적의 참의미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또한 <성처녀 마리아와 곱트 교회와 나>에서는 하늘에 나타난 기묘하고도 영롱한 불빛을 찍은 비디오가 마리아의 현현이라고 굳게 믿는, 혹은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신앙심 깊은 어머니가 등장한다. 이는 신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그것이 실제로 마리아의 현현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인가를 찾고자 하는 아들은 이와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같은 현상을 두고 종교적으로 해석할 것인가 과학적으로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또한 <신과 인간>에서는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기도로서 자신들의 길을 선택하는 수도사들의 모습을 통해 기적에 관한 참 제자의 태도를 탐구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19세기 영국 문예평론가 M. 아놀드가 유럽정신 형성의 2가지 원류로 그리스도교와 고전적 전통을 들어 각각 헤브라이즘, 헬레니즘이라 말한 것처럼 유럽의 정신 형성에는 기독교 정신이 근간을 이루기에 많은 인문학자와 철학자들이 기독교의 기적에 관한 언급을 한 바 있다. 이를 근거로 하여 몇 철학자의 관점으로 기적을 해석해 보고자 한다.

 

2. 미성숙한 교인의 기적에 대한 태도- <루르드>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가톨릭 성지인 프랑스의 소도시 루르드는 많은 사람들이 성모현현을 경험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기적을 바라는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아예 단체로 성지방문 프로그램화되어 있기도 하다. 영화 <루르드>는 전신마비가 된 크리스틴(실비 테스튀)이 루르드 성지방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으로 영화의 전반을 진행시킨다. 휠체어에 탄 채 간호사의 도움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이동을 하는 크리스틴은 간호사나 그 외의 성지에서 봉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신기하게만 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기적처럼 일어나서 혼자서 움직이게 되기를 바라기는 하지만,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은 별반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크리스틴은 루르드를 관리하는 경찰에게 성지순례보다 문화여행이 더 좋다고 말하기도 한다. 루르드에 온 사람들은 기적 체험의 경우를 말하면서 다발성 경화증 환자가 성체강복 때 움직이게 되었지만, 지속되지 않으면 기적으로 기록되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이는 물론 크리스틴의 기적을 암시하는 말이기도 하다.

한 경찰 간부는 신부님께 하나님께서는 선하신가요? 전능하신가요?’라고 질문한 후에 선하고 전능하시다면 모든 사람을 고치시겠죠라고 말한다. 마치 하나님께서 선하고 전능하지 않기 때문에 치유함을 입는 사람이 적다는 투이다. 그러나 신부님은 그렇게 하십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더 내밀한 치유를 하시죠. 예를 들어 절망한 사람이 신의 은총으로 삶의 의미를 깨달으면 그것도 기적이랍니다.’라고 말하면서 기적을 통해 신의 권위가 어떤 방식이로든 행해진다는 것을 언급한다.

크리스틴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성체강복식과 고해성사의 과정, 그리고 성수(聖水)라 불리는 샘물을 보는 등 성지순례를 체험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잠자는 중에 천사가 나타나 자신에게 입김을 불어넣는 체험을 하게 되고 이후 기적적으로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영화는 중반부인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크리스틴의 기적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했다. 심지어 신부님께 왜 크리스틴에게만 일어나는 기적이 다른 사람에게는 일어나지 않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루르드 성지순례를 매년 오는데 한번만 더 오면 기적이 나타날는지 궁금해 하며 너무 열심히 해도 안 되는가 보다고 말하는 사람마저 있다. 그러나 신부님은 신은 자유롭습니다. 늘 해명을 찾는 우리에게 그분은 불가사이죠. 누구는 낫고 누구는 아니고, 그게 삶의 원칙입니다. 마치 누구는 재능을 가지고 있고, 누구는 부자인데 누구는 아니고와 같은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경찰 간부가 크리스틴에게 기적이 일어날 때 내면에 빛 같은 것을 느꼈는지를 물어볼 때도 크리스틴은 그렇지는 않았는데 그게 뭐가 다른지를 신부님께 질문한다. 신부님은 당신이 치유를 내면화하는 방법에 달려 있다. 모든 기독교인의 모범이 되는 것이 당신의 믿음으로 인한 건지 궁금해 할 수 있다.’라고 말하며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기적은 인간의 노력이나 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분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것임을 믿음이 약한 크리스틴에게 전달한다.

<루르드>에는 아직은 신도에 이르지 못한 교인들의 여러 가지 생각을 다양하게 드러낸다. 교인이라 함은 신앙의 연조에 있지 아니하기에 수년간 습관적으로만 종교 생활을 한 사람도 교인의 자리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 많다. 또한 기독교의 섭리나 진리를 너무 현실적으로만 해석하고 기복신앙적 태도를 지닌 사람들도 이에 해당한다.

<루르드>에는 의무실에서도 크리스틴의 기적을 접수하면서 늦게 퇴근하게 될 것만을 걱정하는 행정편의주의적 모습을 보이며 진정으로 기적에 놀라워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 다발성 경화증의 회복으로는 보이지만 오래 못간다는 단정을 할 뿐이다. 또한 왔다갔다 걸어보라고 하고 의학심사위원회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의사들의 이러한 태도는

<루르드>는 크리스틴의 기적을 통해서 기적은 사람의 행위로 인한 것이 아니기에 기적이 오는 것과 오지 않는 것에 대한 내면적 성숙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3. 참된 위선의 신비-<성녀 마리아와 곱트 교회와 나>

 

<성녀 마리아와 곱트 교회와 나>는 이집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프랑스에서 자란 감독 나미르Namir의 이집트에서의 뿌리 찾기를 빙자한 종교의 본질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다. 이 다큐 영화가 의미 있는 것은 영화찍기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의식적 영화는 감독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며 삶이 하나의 영화찍기라는 의미들 드러낸다.

그는 독실한 곱트크리스천인 어머니가 마리아의 현현으로 확실히 믿고 있는 이집트에서 1968년에 찍은 비디오테이프 필름의 진위를 밝히고자 한다. 곱트크리스찬은 사전적 의미에서 이집트정교라고 불리며 인간 예수보다는 신성을 중시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영화는 마리아를 신성시하는 곱트 종교의 특성을 보여준다. 어머니가 봤다는 화면에는 마치 UFO사진에나 나올법한 같은 덩어리진 환한 불빛만이 하늘에 떠 있다. 그러나 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그 불빛이 마리아상과 같은 모습이라고 한다.

독실한 곱트크리스천 어머니와는 달리 프랑스에서 자란 나미르는 그동안 종교와는 멀리 지냈던 탓에 어머니의 신념을 이해할 수 없다. 어떻게 저렇게 철저하게 확신할 수 있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그는 열정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편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가 너무 적극적이어서 상대적으로 말수가 적고 듣기를 주로 하는 편인 나미르가 소극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어머니의 캐릭터는 다큐인데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마치 극영화처럼 느껴지게 하는 드라마틱한 캐릭터다. 처음에는 어머니는 이 다큐 작업에 대해서 반대한다. 당시의 그 사건을 그대로 믿지 않고 진위를 밝히려고 하는 것 자체가 죄가 된다는 것이다. 또한 곱트 교회 신부님도 진위를 밝히는 것보다는 그대로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어머니는 굳이 찍으러 간다면 그 장소는 어머니의 고향 근처인데, 고향 친척들은 절대로 찍으면 안 된다고 한다. 어머니는 결사반대를 하면서도 아들이 찍으러 가겠다니까 당시의 자료에 대해서 도움 받을 사람을 말해준다. 뿐만 아니라 나중에는 자신이 나서서 PD 역할을 자청하여 아들을 도와주기도 한다.

나미르는 직접 그 장소에 가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자료를 보는 등 조사를 할수록 많은 사실을 알게 된다. 이집트에는 정부발표 5%, 곱트 기독교 발표 10%의 곱트 기독교인 외에는 대부분 무슬림이다.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을 일으키며 공격한 것과 전쟁에 진 책임을 지고 Nasser가 하야를 발표하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철회를 요청했다. 무슬림들은 당시 유태인들이 공격해서 슬퍼해서 마리아가 이집트에 나타났다고 말한다. 어머니는 하필 왜 이집트에 마리아의 현현이 나타났는가 하면서 특별히 하나님이 곱트크리스천을 사랑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이 다큐는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해석한다는 것을 마리아의 현현이라는 사건을 통해 분명하게 메시지를 주고 있다.

나미르의 영화찍는 과정은 자본에서부터 부족하여 수시로 프랑스에 있는 PD한테 돈을 보내달라고 통화를 하고 그것이 어려워지자 직접 어머니를 PD를 만날 수 있도록 보내기도 한다. 나미르는 PD한테 자신의 뿌리찾기로 주제로 하고 다큐를 찍는다고 말한다. PD는 좀 더 이슈가 될 수 있는 정치적이고 비판적인 내용을 담으라며 시골에 내려가 뿌리찾기나 하고 있냐고 화를 낸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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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안숭범 사무총장

등록일2016-08-22

조회수3,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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