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가 선정한 올해의 해외영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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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가 2024년을 빛낸 해외영화 10편을 선정했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FIPRESCI KOREA, 이하 피프레시 코리아)는 올해 국내 개봉한 해외영화를 대상으로 소속 영화평론가들의 추천을 받은 20편을 후보로 선정, 2024년 11월 25일부터 12월 1일까지 2차 투표에 거쳐 10편을 선정했다.
피프레시 코리아가 선정한 ‘2024년을 빛낸 해외영화 best 10’은 1위 <추락의 해부>를 시작으로 <가여운 것들> <존 오브 인터레스트> <퍼펙트 데이즈> <아노라> <룸 넥스트 도어> <나의 올드오크>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프렌치 수프> <바튼 아카데미> 순으로 채워졌다. 이외에도 31년 만에 신작을 공개한 빅토르 에리세 감독의 <클로즈 유어 아이즈>가 ‘특별 언급’으로 목록에 올랐다. ‘2024년을 빛낸 해외영화 best 10’과 ‘특별 언급’에 대한 평론가들의 코멘트는 기사 하단에 첨부한다.
심영섭 피프레시 코리아 회장은 “평론가들은 대중이 지루해할 영화를 곧잘 사랑한다. 하지만 영화평론가들은 여전히 텅 빈 극장을 지키는 희귀한 관객들이기도 하다. 피프레시 코리아 평론가들이 그들의 시간과 삶을 녹여낸 결과로 선정한 10편의 영화는 스쳐가는 장면 속에서도 마음을 흔드는, 시간이 흘러도 영화 역사에 남아있을 수작들이라고 감히 공언한다”라고 이번 선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은 독일 뮌헨에 본부를 둔 각국 영화평론가 단체로 이루어진 국제조직으로 한국본부 피프레시 코리아는 1994년 창립돼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추락의 해부> “불의의 사고로 시작된 법정 대결에서 파괴된 부부의 은밀한 속사정을 훔쳐보는 짜릿함. 친절하고 명쾌한 미장센과 관점에 따라 해석이 엇갈리는 이야기의 불균질한 결합에서 발생하는 묘한 매력”(노철환 평론가)
<가여운 것들> “짐승들의 역사는 오래도록 침묵 속에 기록되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이 침묵을 깨고, 인간의 육체를 본능의 사물로, 인테리어의 일부로 그려낸다. 주인공 벨라의 여정은 여성에 관한 서구의 억압적인 역사의 보고서인 동시에, 모든 짐승-괴물들이 무언의 연대 속에서 공존하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기적을 이룬다. (…)”(심영섭 피프레시 코리아 회장)
<존 오브 인터레스트> “악의 평범성 너머, 더 소름 돋는 악의 일상화. 한 가족의 평온하고 단란한 일상 속에 스며든 기이한 불온함. 섬뜩한 사운드가 뒤엉키며,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어딘가에서 이어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은 아닐까. 서늘한 성찰이 다가온다”(정병기 평론가)
<퍼펙트 데이즈> “낮은 곳에서 겸허하고 성실하게 일과를 다하는 주인공. 그가 이어가는 번잡스럽지 않고 단순한, 수행자 같은 일상에는 우리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드는 미덕이 있다. (…)”(이수원 평론가)
<아노라> “감독이 오랜 기간 탐구한 성노동자 서사를 성숙하게 그려낸 영화. 멀리는 신데렐라, 가까이는 <귀여운 여인>의 설정을 빌려온 듯한 코믹한 영화로 시작하지만 끝에는 동시대의 서비스 노동자를 보는 션 베이커만의 작가적 시선이 드러난다. (…)”(김경수 평론가)
<룸 넥스트 도어> “75세가 된 알모도바르 감독이 들려주는 죽음에 대한 사유. 두려움과 고통의 감정이 일렁이는 이 특별한 여행의 끝에서 우리는 죽음이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합쳐지는 것을 본다. 누군가를 위해 그 자리에 있다는 것, 타인으로서 죽음을 맞이하는 자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치의 동행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맹수진 평론가)
<나의 올드 오크> “영화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장 켄 로치의 잔잔한 외침. (…) 시리아 난민들과 이들에 대한 폐광촌 마을 사람들과의 편견의 극복 과정과 연대를 그리는 이 이야기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준다”라고 평했다.(황영미 평론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 자연의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카메라워크, 클렘핑장을 건설하려는 ‘블랙 자본’과 사슴이 지나는 길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대립하는 갈등, 자연 속에서 외부인에 불과한 인간에게 향한 강력한 균형에의 경고(警告). 자연에는 거대한 생명의 의지로 충만할 뿐이라는 리얼리스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수작”(김응교 평론가)
<프렌치 수프> “(…) 맛을 음미하고 발견하고 기쁨을 느끼는 미식가의 세계가 정신적 쾌락 행위로서의 예술감상 혹은 비평을 은유하는 듯하다. 영화의 표현 수단인 시청각적 조건만으로 촉각과 후각과 미각의 실감 효과를 만들어내며 공감각적 가치를 강조하는 감독의 연출력이 발군이다”라고 평했다.(이명희 평론가)
<바튼 아카데미> “21세기의 <죽은 시인의 사회>가 될 영화. 고립된 공간에서 불행과 비밀을 숨긴 인물들이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야 하는 악몽의 사건이 유사 가족 서사로 바뀌는 달콤쌉싸름한 이야기로, 고전적 서사 규칙을 충실하게 따른다. (…)”(정민아 평론가)
<클로즈 유어 아이즈> “84세 노감독의 31년 만의 복귀작은 현실 시간이라는 외피를 입으며, 삶과 영화의 경계를 지운다. 일견 ‘영화의 종언’을 고하는 것 같지만, 극장에 불이 켜질 때 흐르는 눈물이 영화의 불멸성을 확인케 한다”.(윤상민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