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비평 Film Critic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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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전주 세미나) 천만 관객 사극 영화의 흥행 요소 분석: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을 중심으로 - 신강호 / 토론자 : 박유희

천만 관객 사극 영화의 흥행 요소 분석: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을 중심으로

신강호(대진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목 차

 

. 들어가며

 

. 천만 한국인을 사로잡은 팩션 사극의 힘

 

. 흡인력 있는 대중적 스토리 구조와 캐릭터로서의 실존인물

1. 흡인력 있는 대중적 스토리 구조

2. 캐릭터로서의 실존인물

. 차별화된 영화적 스타일

 

. 전략적 개봉과 이슈 마케팅 활용

 

. 나가며

 

 

. 들어가며

 

2003<실미도>를 시작으로 2015<베테랑>까지 총 13편의 한국 영화가 천만 관객이라는 경이로운 흥행성적을 달성했다. 특히 2012년 이후부터는 한 해 두 편의 천만 영화가 동시에 탄생되는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천만 관객을 동원한 외화가 <아바타>(2009), <겨울왕국>(2013), <인터스텔라>(2014), <어벤져스>(2015) 4편에 불과하다는 점을 상기하면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단순한 관객 동원 능력만으로 그 영화의 가치를 평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천만이라는 흥행수치는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니다. 한해 국내에 개봉하는 영화편수는 대략 영진위 추산 총 1,000여 편이다. 이 가운데 단 1,2편만이 천만 관객의 고지를 달성한다.

국민들 절대 다수가 하나의 영화를 모두 관람한다는 것은 사회적, 문화적으로도 충분히 특별한 현상이라 해석할 수 있다. 텔레비전의 시청과 달리 영화는 관객 스스로가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작품을 관람하기 때문이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특정 영화를 선택한 이유와 원인에는 극적 재미와 별개로 보다 근원적인 대한민국의 집단적 무의식이 내포되어 있음을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천만 흥행 영화 18편 중 무려 13편이 한국 영화이고 그중 <괴물>(2006)<해운대>(2009) 그리고 <도둑들>(2012)을 제외한 대부분의 영화가 실화 혹은 실존했던 인물을 핵심적 요소로 활용한 이른바 팩션 영화인 점을 감안하면 이런 주장은 큰 설득력을 갖는다.

본고에서는 이렇게 의미심장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역대 한국 영화들 중에서 사극인 3편의 영화 <왕의 남자>, <광해>, <명량>을 통해 천만 영화의 흥행 요소를 분석하고 더불어 그 의미와 가치를 평가해보고자 한다.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2005)는 누적 관객 10,513,715명으로 한국 영화 역대 흥행 순위 12, 추창민 감독의 <광해>(2012)는 누적 관객 12,323,555명으로 역대 흥행 순위 8, 그리고 김한민 감독의 <명량>(2915)은 누적 관객 17,615,039명으로 한국 영화사상 역대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3편의 영화들이 가진 흥행 요소들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본고에서는 이에 대해 우선 문화콘텐츠인 팩션에 주목하고 팩션 사극의 힘과 흡인력 있는 대중적 스토리 구조와 캐릭터로서의 실존인물, 차별화된 영화적 스타일, 전략적 개봉과 이슈 마케팅이라는 4가지로 나눠 고찰해보고자 한다.

 

. 천만 한국인을 사로잡은 팩션 사극의 힘

 

팩션(Faction)’은 사실을 말하는 ‘Fact’와 허구의 상상력을 뜻하는 ‘Fiction’이 결합된 용어로서 이제는 출판, 드라마, 공연, 연극, 영화를 아우르는 현대 대중문화계의 흐름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실제 역사나 사건을 토대로 하지만 창작자의 상상과 추리를 적극적으로 개입시켜 독특하고 새로운 서사를 창조하는 팩션은 21세기 인기 장르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것이다. 최초의 팩션으로 꼽히는 작품은 미국의 작가 트루먼 카포티(Truman capote)가 쓴 1966년작 인 콜드 블러드(in Cold Blood)로서 카포티는 실제 캔자스 지역에서 발생한 끔찍한 살인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파헤친 후 이를 토대로 한 저널리즘적 성격의 소설을 써내면서 주목을 끌었다. 이후 팩션이 전 세계 대중적으로 크게 흥행에 성공했던 것은 댄 브라운(Dan Braown)이 쓴 다 빈치 코드(The Da Vinci Code)(2003)로 독자를 잃어가며 불황에 허덕이던 출판계에 전격 팩션 소설인 다 빈치 코드의 성공은 문학은 물론 대중문화 콘텐츠 시장에 새로운 가능성과 활기를 불어넣게 된다. 영화화에도 성공한 다 빈치 코드는 단순한 역사추리소설에 머무르지 않고 작가 스스로 왜곡되었다고 설정한 역사의 숨겨진 이면과 진실을 직접 파헤치려는 적극적 발견자의 입장을 고수하며 허구와 사실의 경계를 허물고 오히려 탄탄한 짜임으로 만들어진 허구를 빈약한 역사의 빈틈을 채우고 메우는데 천연덕스럽게 사용했다. 그리고 독자와 관객들은 기꺼이 이런 역동적인 스토리텔링인 팩션에 열렬히 반응했다.

한국에서도 출판, TV드라마, 영화 등 문화산업 전반에 걸쳐 팩션에 대한 관심과 인기는 뜨겁다. 지금까지 천만 관객을 동원한 우리 영화 13편 가운데 실존했던 인물이나 실제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가 무려 10편에 달한다. 팩션에 대한 제작진은 물론 관객들의 애정과 신뢰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작든 크든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는 사실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사실을 그대로 기록, 전달하려는 의지는 거의 없는 팩션이기에 상당한 수정과 각색은 필수적이다.

팩션물에서는 허구적 세계가 훨씬 강력한 힘을 갖지만 동시에 반드시 사실이라는 프레임 속에서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 관객들은 유독 리얼리즘 성향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특히나 실화 내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 강한 공감을 보여 왔다. 사실 실화는 분명 허구가 갖지 못하는 특별한 설득력과 강력한 울림을 지니고 있다. 천만 영화의 목록을 보더라도 이는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꼼꼼히 목록을 살펴보면 사실그 자체를 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실을 토대로 꾸며진 허구즉 팩션으로서의 극적 체험이 강조된 영화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사실이 극대화된 역사는 팩션의 단골소재인데 <왕의 남자>, <광해>, <명량>은 모두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시대와 인물을 다룬 팩션 사극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왕의 남자>는 연산군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연산군과 조선왕조실록에 실존 기록이 남아있는 배우 공길이란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연산 11(서기 1505) 1229.

 

배우 공길(孔吉)이 늙은 선비 장난을 하며, 아뢰기를,

 

전하는 요(() 같은 임금이요, 나는 고요(皐陶) 같은 신하입니다. ·순은 어느 때나 있는 것이 아니나 고요는 항상 있는 것입니다.”

 

하고, 논어(論語)를 외어 말하기를,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 임금이 임금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으면 아무리 곡식이 있더라도 내가 먹을 수 있으랴.”

 

하니, 왕은 그 말이 불경한 데 가깝다 하여 곤장을 쳐서 먼 곳으로 유배(流配)하였다.

 

<광해>의 경우 광해군 8. 광해군 일기에서 사라진 기록이라는 역사적 사실에서 출발하면서 광해, 허균 등의 실존 인물이 등장한다.

 

光海 100, 8(1616 丙辰 / 명 만력(萬曆) 44) 228(己巳) 3번째 기사

 

傳敎曰曰: “可諱之事, 勿出朝報

숨겨야 할 일들은 조보에 내지 말라고 전교하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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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안숭범 사무총장

등록일2016-08-22

조회수3,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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